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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임용후기

법관임용후기 상세내용
제목 | 법관임용 후기(2016년 단기 법조경력자, 오승희 판사)
첨부파일 |

 

오승희 판사(부산지법, 연수원 42기)

 

 

 

Ⅰ. 들어가며

   

2016년도 단기 경력법관을 대표하여 후배들을 위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함께 임용된 경력법관들에 비하여 여러 모로 부족한 점도 많고 특히 경력법관 임용 절차 준비를 충실히 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임용후기를 쓰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후배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Ⅱ. 법관 지원에 이르기까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대부분은 변호사나 검사 등의 업무를 계속하면서 경력법관 임용 절차 준비도 병행해야만 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원서 제출부터 최종면접까지 약 4개월 동안 본래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경력법관 임용 절차 준비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경력법관에 지원하는 순간 기존 직장에서 입게 될 불이익을 생각한다면 더욱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관이 천직이라는 확신 그리고 합격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준비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불이익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고 저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법관들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법관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진하여 그 뜻을 이루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에 비하여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적인 직업적 성취가 동시에 공익에도 기여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바람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학교 졸업을 눈앞에 두고서야 법관이 나의 직업적 이상에 가장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이후에 다양한 법조계 사람들을 만나보고 실무수습도 하면서 변호사와 검사의 직업적 장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특히 저희 기수부터 법관 즉시임용 제도가 폐지되면서 진로 선택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랜 고민을 한 후에도 법관이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으나, 다른 한편으로 법관이라는 직업이 실제로 법원 조직 내부에서 살펴보면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결국 변호사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와 재판연구원의 신분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법원 조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재판연구원을 선택하였는데, 다행히도 재판연구원을 하면서 법원 조직 분위기와 판결문 작성 업무가 저와 잘 맞다고 느꼈습니다.

2년의 재판연구원 생활을 끝내고 로펌 변호사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변호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제가 원하는 로펌에 입사하게 되어서 기대감이 컸습니다. 일단 경력법관 지원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변호사 업무에 집중하였습니다. 변호사는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용이하고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며 분위기가 자유롭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일과 가정 사이의 양립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장단점은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어 익히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듣는 것과 실제 경험해 보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습니다. 경력법관 지원 시기가 되어 반 년 동안의 짧은 변호사 생활을 뒤돌아보니 로펌보다는 법원 조직이 제 성격에 더 잘 맞고 변호사 업무보다는 법관 업무를 더 오랫동안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력법관에 지원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Ⅲ. 법관 임용 절차 준비 과정

 

단기 경력법관 임용 절차는 8월 초순경 지원서를 제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대법관회의에서 임명동의를 받는 2월경까지 약 7개월에 걸쳐 진행됩니다. 지원서를 접수하는 시기가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여유로울 것 같아 보여도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여야 하는 자기소개서, 본인이 수행한 사건 목록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고 갑작스러운 업무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지원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부터 법률서면 작성 평가와 실무능력 평가 면접에 대비하는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수원 3학기 시험이 끝난 후 3년이 지나니 연수생 시절에는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당혹스러웠습니다. 연수원 때 보았던 교재와 기록을 한 번 훑어보는 것을 목표로 세웠으나 주말에 쉬지 않고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9월 초순경에 개별적으로 서류심사 결과 통보가 이루어지고, 합격자들은 9월 중순경 이틀에 걸쳐 법률서면 작성 평가를 치르게 됩니다. 법률서면 작성 평가는 실제 사건과 유사한 소송기록을 검토한 후에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실시되고, 형사는 4시간, 민사는 5시간이 주어집니다. 사법연수원 전산교육실에서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하고 법전과 법고을LX가 제공됩니다. 소송기록이 두껍지 않아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남을 것처럼 보여도 판례를 검색하고 검토보고서 양식에 맞추어 쟁점별로 논거와 결론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처음부터 시간 안배에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사례가 기록으로 제시되므로 결론을 맞추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만약 판례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검색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월 중순경 서류심사 결과와 법률서면 작성 평가 결과 등을 종합한 면접 대상자 선발 결과가 통지됩니다. 면접 대상자들은 10월 하순경 실무능력 평가 면접, 객관식 인성검사, 법조윤리 면접, 인성역량 평가 면접을 총 3일 동안 보게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는 실무능력 평가 면접은 전체 임용 절차 중에서 지원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절차일 것입니다. 민ㆍ형사 모두 가상의 재판 상황인 3~4쪽 분량의 사례와 질문이 적힌 문제지를 받게 되고, 법전과 법고을LX를 참고하여 결론을 도출한 후에 면접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사례 검토 시간은 민사의 경우 60분, 형사의 경우 50분인데 이 시간 내에 가능하다면 문제지에 적혀 있지 않은 후속 질문도 예상하여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가면 검토 시간에 미리 정리해 놓은 답변을 발표하여야 하는데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므로 제공된 스탑워치를 보면서 말해야 합니다. 발표가 끝나면 세 명의 면접위원들이 그와 관련된 추가 질문을 합니다. 민사는 25분, 형사는 20분 동안 면접을 보는데 저는 이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이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한정된 쟁점에 관하여 추가 질문을 계속 받다보면 이때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정답을 모르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접 문제의 난이도는 연수생 때라면 쉽게 풀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면접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하여 연수생 때의 실력으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연수생 때의 법률 지식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연수원 기록과 교재, 최신 판례집을 중심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면 중요한 쟁점 위주로 기본서를 일독하는 것도 추가 질문 대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무능력 평가 면접이 끝나면 법조윤리 면접, 인성역량 평가 면접이 실시되는데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임하면 충분합니다. 법조윤리 면접의 경우 가상 상황을 제시한 후에 법관으로서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하여 질문을 하거나 평소의 가치관 또는 사법적인 시사 이슈에 관한 질문을 합니다. 법조윤리 면접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익숙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지만 시사적인 내용을 질문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면접 전에 법조계와 관련된 최신 뉴스를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성역량 평가 면접은 사전에 지원자가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한 구체적 경험을 토대로 면접 위원들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하여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11월 하순경 대법원에서 최종면접이 실시되고 법률적 지식부터 사고력, 의사표현 능력, 인성까지 모든 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대부분의 면접위원들은 법률적 지식에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으나 원칙적으로 법률적 지식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합니다.

 

Ⅳ. 마치며

 

이번에 단기 경력법관에 지원하는 분들 중에는 법조계의 급격한 변화를 몸소 겪으면서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하여 불만이나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법관 임용과 관련하여 본인이 원하는 길은 오직 법관밖에 없는데 다른 직역에서 수년 동안 경력을 쌓은 후에야 법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직역에서의 경험은 훌륭한 법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비록 길지 않은 변호사 생활이었지만 재판을 받는 입장에 서서 법원을 바라보니 법원 내부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의뢰인들과 직접 접촉하고 다양한 재판장으로부터 재판을 받으면서 당사자와 변호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국민을 위한 재판과 훌륭한 법관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먼 길을 돌아서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정착될 평생법관 제도를 생각한다면 결코 멀리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법관으로 즉시 임용된 사람들은 가지 않았던 길을 가면서 그들이 볼 수 없었던 풍경과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직접 경험하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요. 본래의 업무와 경력법관 임용 절차 준비를 동시에 하다 보면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많이 있겠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차곡차곡 노력을 쌓아 나간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부디 저의 부족함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어 내년에 더 많은 동료와 후배들을 법원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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