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서현 -
들어가며
저는 M&A 및 투자 분야의 자문 변호사로 근무하던 중 법원에 지원하였습니다. 법무법인에서 5년, 사내변호사로 2년을 근무하였는데, 계속해서 M&A와 투자 업무를 담당하였고, 간단한 상사비송 사건을 제외하면 소송 수행 경험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편, 저는 재직하던 회사 사정상 휴직이 자유롭지 않아 회사 업무와 병행하여 시험 준비를 해야 했고, 다른 지원자들과 일정을 맞춰 스터디 등을 진행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렇듯 송무 경험이 적은 데다가 시험 준비에 전념할 수도 없는 환경이었으므로, 법원 지원을 결심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정의와 공익을 위해 가치 있게 쓰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이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법관임용 절차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혼자 시험을 준비했던 저는 전반적인 임용 과정에서 법관임용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전안내, 기출문제, 후기 등으로부터 대단히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후기가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법원 지원을 계획하고 계시거나 혹은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법관임용절차 및 준비 과정
가. 법률서면작성평가 (3월 초순)
1) 준비 과정
저는 1월 중순 즈음 법원 지원을 결심하고, 이때부터 법률서면작성평가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민사 분야를 선택하였는데, 시험 준비를 결심한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았으므로, 변호사시험 때처럼 전 범위를 모두 꼼꼼하게 공부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시험에 응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 법리를 되새기고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준비에 임하였습니다.
책은 민법, 민사소송법 기본서(수험서), 요건사실론(사법연수원 교재), 3개년 최신판례집을 보았고, 추가로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준비를 할 때 정리해 두었던 자료들을 참고하였습니다. 우선 요건사실론과 변호사시험 자료들을 바탕으로 주요 쟁점들에 관한 법리를 되새기며 숙지하였고, 다만 위 자료들은 모두 몇 년 전 자료였으므로 3개년 최신판례집을 보며 최근에 새로 등장한 법리들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본서는 중요한 쟁점들 위주로만 발췌독하였고, 나머지 쟁점들은 시험에 나오면 현장에서 찾아보겠다는 생각으로 포스트잇으로 플래그만 해두었습니다.
한편, 법률서면작성평가는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기존에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검토보고서의 구조, 표현, 작성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수원/로스쿨 수습기록을 몇 개 구해 살펴보았습니다. 준비시간이 많지 않아 직접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본 것은 1~2회 정도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기록을 본 후 모범 검토보고서를 눈으로만 살펴봤던 것 같습니다.
공부시간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회사 업무와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했기에 회사 근무시간 외 시간을 활용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출근 전 오전시간이나 퇴근 후 저녁시간에도 공부를 하고자 했으나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무리가 와서, 중간부터는 평일에는 회사 업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고, 대신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 등록하여 하루 종일 공부를 하였습니다.
2) 시험 후기
금년 법률서면작성평가는 문항이 2개로 구분되어 출제되었습니다. 1번 문항은 예년까지와 동일하게 소송기록을 검토하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형태였고, 2번 문항은 계약서 및 당사자들 사이에 오간 내용증명 등의 내용을 검토한 후 그 검토 결과를 양식에 크게 구애됨이 없이 작성하는 형태였습니다.
시험시간은 총 4시간이었는데, 검토보고서까지 완성된 형태로 작성하기에 다소 촉박하다고 느껴지기는 하였습니다. 시험은 Open Book 형태로서 모든 법률서적(법전 포함)과 계산기, 스탑워치의 소지가 가능하였고, 다만 휴대폰, 스마트워치 등 인터넷 기능이 포함된 전자기기의 소지는 불가능하였습니다.
1번 문항의 경우, 제공된 기록은 시험용으로 정제된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과 유사하게 판단을 위해 필요한 내용과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 혼재되어 있었고, 주요사실 외에 간접사실로서 고려할 수 있는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판례나 법리를 떠올리고 그에 따라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확정하고 인정된 사실들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요했던 것 같습니다.
2번 문항의 경우, 비교적 형식적인 제약 없이 법률의견서나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처럼 계약서 등의 검토 결과를 기술하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자문 업무를 주로 수행했던 저로서도 비교적 익숙하고 편안하게 사안을 검토하고 답변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번 문항에 비해 2번 문항에서 저의 업무 역량이나 논증력, 문장력 등을 더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법률서면작성평가는 기본적으로 소송기록의 검토 및 검토보고서 작성이 전제가 되는 만큼, 저처럼 송무 경험이 많지 않거나 특정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지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친숙하지 않거나 심적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률서면작성평가의 목표는 당장의 법적 지식이나 업무수행능력보다 논리적인 사고능력, 법률문장 작성능력 등 법조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므로, 형식에 익숙하진 않더라도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였던 것 같습니다.
나. 임용지원서 작성 (4월 중순경 접수)
임용지원서는 법률서면작성평가 통과자만 접수 대상이기는 하였으나, 4월 초 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바로 그다음 주까지 임용지원서 접수기간이었으므로, 사실상 법률서면작성평가를 마친 이후 바로 임용지원서 작성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미 여러 후기에서 기술된 바와 같이 임용지원서는 자기소개서 외에도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자기소개서의 경우에도 작성해야 하는 항목이 다양하여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작성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용지원서에서는 자문 분야, 특히 M&A 등 전문 분야에서 법원 지원을 결심하게 된 동기나 각오에 대해 상세하고 진정성 있게 기술하고자 노력하였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지금까지의 업무 경력과 전문 분야에서의 탁월성, 업무를 수행해 온 태도, 법조인으로서의 마음가짐, 법관직에 임하는 진지함 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한편, 제출 서류 중 「본인 수행 주요 사건 또는 업무 목록」에서는 자신이 수행했던 사건 중 비중 있는 사건의 내용을 기술하고 그에 관한 법률서면을 제출해야 했는데, 저는 제가 작성했던 계약서, 실사보고서, 법률의견서, 이메일 등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당사자, 금액 등 정보는 비실명화 내지 삭제). 자문 분야에서 법원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 중에는 제출할 만한 소송서면이 없다는 점도 있는 것 같으나, 본인의 업무수행능력이나 논증력, 문장력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서면이라면 반드시 소송서면이 아니라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 실무능력평가면접 및 법조경력․인성역량평가면접 (6월 초순, 3일간 진행)
1) 준비 과정
실무능력평가면접은 임용지원서 제출을 완료한 다음부터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로스쿨을 졸업한 후 형사 분야는 전혀 다뤄본 적이 없었으므로 형사에 대한 막막함이 컸습니다. 이에 실무능력평가면접 준비 기간은 거의 형사에만 투자했고, 민사는 사실상 법률서면작성평가를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것 외에는 거의 추가로 공부하지는 못했습니다. 책은 형법, 형사소송법 기본서(수험서), 특별형법 핸드북과 3개년 최신판례집을 보았고, 법률서면작성평가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것만’ ‘효율적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원자들의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하여, 5월 중순경 법관임용 홈페이지를 통해 민․형사 면접 주요 출제 쟁점에 관한 사전안내가 있었습니다. 촉박한 일정으로 면접 준비를 하던 저로서는 주요 쟁점에 대한 사전안내가 있었다는 점이 대단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 시험도 대부분 안내된 쟁점 범위 내에서 출제되었고, 다만 추가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관련된 다른 쟁점에 대한 질의도 있기는 하였습니다.
한편, 실무능력평가면접은 면접 형태로 진행되므로 시험일 1주일 전부터는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그 답안을 면접관 앞에서 구술하는 연습도 진행했습니다. 익숙한 법리여도 막상 말로 설명하려니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시간 안배나 목소리 크기, 면접관과의 눈맞춤 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았으므로, 스터디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스터디를 통해, 저처럼 스터디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거울을 보면서라도 미리 몇 차례 구술 연습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민․형사 실무능력평가면접 후기
실무능력평가면접은 사례문제를 80분 간 검토한 뒤 면접실로 이동하여 30분 간 면접을 보는 형태였습니다. 면접의 경우, 먼저 지원자가 문제에 대한 결론과 그 근거를 10~15분 정도 브리핑하고 나면, 이후 각 쟁점마다 결론에 이르게 된 논증이나 사고과정에 대한 추가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80분 내에 사안을 파악하고 브리핑할 내용까지 준비해야 했는데, 저에게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이에 면접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머릿속으로 답변을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몇몇 쟁점은 최신 판례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답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 같고, 쟁점들 간 결론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결국 최신 판례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일관된 방향의 답변이 가능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추가 질의응답 과정에서 각 쟁점의 결론에 이르게 된 사고 과정이나 논거에 대한 자세한 질문이 있었고, 반대 입장에서 주장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하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어, 단순히 판례 결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법적 사고력과 추론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문제와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관련성이 있는 쟁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숙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질문(예컨대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차이점)도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과서적으로 답변한 후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3) 법조경력․인성역량평가면접 후기
법조경력․인성역량평가면접은 임용지원서에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올해 임용지원서 서류 중 「구체적 경험」이라는 항목이 있었고, 여기에서는 그동안 처리했던 사건이나 업무 중 가장 공들여 수행했던 경험, 사건이나 업무를 수행하면서 심적 부담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경험, 사건이나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사나 동료, 의뢰인 또는 상대방과 의견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 등을 기술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위 각 경험들에 대해 제가 대응했던 방식이나 그때의 심정이나 기분 등에 대한 자세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외 질문으로는, 지금까지의 경력이 대부분 M&A 분야의 자문 업무였는데 법원 지원을 결심하게 된 이유, 한 차례의 이직 이후 다시 법관에 지원하게 된 동기, 지금까지의 업무 경력이 법관으로서 일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인의 전문 분야와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대법원 판결이 있는지 등 지금까지의 법조경력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그 밖에 취미는 무엇인지, 합의부에서 근무할 경우 주심사건에서 동료 배석판사나 부장님과 본인의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위 면접에서는 서면평가나 민․형사 사례면접을 통해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던 저의 전문성이나 특장점, 법관 임용에 임하는 각오 등에 대해 직접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인성평가인 만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소 압박적인 질문도 있어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던 기억도 납니다. 답변 내용보다는 그러한 답변을 하는 태도나 진정성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최대한 침착하고 예의 있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답변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라. 최종면접 (8월 초순)
최종면접은 인터넷에서 사법부나 법원, 법조계에 관한 최신 뉴스나 이슈를 찾아보고 그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방식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최종면접은 대체로 법조경력․인성역량평가면접과 유사한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다만 이전까지는 블라인드 평가로 진행되어 재직했던 사무소의 명칭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었던 데 반해, 최종면접에서는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좀 더 직접적인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업무 경력에 관한 질문, 즉 지금까지 M&A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는데 임관 후 전문성을 지킬 수 없어도 괜찮은지, 임관 후 송무 경험이 많은 다른 법관들에 비해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임관 후에는 비교적 단조로운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괜찮은지 등의 질문이 주어졌고, 그 밖에 법관이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글을 쓰거나 공개된 강의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급심 판결에 소수의견을 기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최종면접 단계에서는 정해진 유형은 없고 지원자마다 다양한 질문이 주어지는 것 같았으나, 나중에 동료 판사님들께 들어보니 법률 지식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3. 마치며
법관 임용 절차를 거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괜히 고생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였던 것 같습니다. 회사와 시험 준비를 병행하면서 체력적, 정신적 부담이 컸고,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에 나서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랜 고민 끝에 법관의 길을 결심했던 이유를 생각했고, 송무 경험이 없다거나 시험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결과에 관계 없이 주어진 절차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 임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각 단계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노력해 온 결과와 법관직에 임하는 진지한 각오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감사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법원 지원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치열하게 고민하되 뜻에 따라 용기를 내 도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용기 있게 도전하시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겠고, 제 후기가 작게나마 도움과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