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임용후기
| 제목 | 법관임용 후기(2016년도 단기 법조경력자(법학전문대학원), 차기현 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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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현 판사
1. 서 설
합격수기라는 네 글자를 적어 놓고서, 저는 다시 한번 돌이켜 제 자신에 관하여 생각해봅니다. 실력과 인품 모두 법관이 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저이기에, 이렇게 법관 임용에 관심을 가지고 이 사이트에 접속한 여러 훌륭하신 분들께 감히 합격수기랍시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어떻게 비춰질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곳을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도전’을 권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것과 같은 다단계의 엄격한 임용 심사 절차를 통해, 부족하지만 제가 가지고있는 ‘가능성’을 한껏 보여드릴 수 있었고, 법조인으로서의 ‘열정’과 신뢰 받는 사법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드리는 이 글을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어 법관 임용 절차에 도전함으로써 저와 더불어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가급적 지원자의 입장에서 궁금하실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2. 경력법관 지원 동기
여러분께서는 어떤 이유로 법관직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저는 바라는대로 판사가 될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만, 법관이 짊어져야 할 숙명을 생각하면 두려움도 큽니다. 어떤 판결이든 양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칼날 같이 첨예하기만 한 대립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어렴풋하기만한 순간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압박감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평가는 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경력법관에 지원하게 된 것은, 판사로서의 삶이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實現)’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법관에게 기대하는 높은 이상에 다가가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부족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습니다. 판사가 되어 재판 당사자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저는 점차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그럴듯한 뒷 배경’이 있어야 하는가
이곳을 찾아오신 분들은 어떤 가능성과 열정을 품고 계십니까. 각자 색깔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법조인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열정’, 그리고 훌륭한 판사가 되고자 하는 ‘진정성’만 있으시다면, 경력법관 임용 절차라는 긴 여정을 시작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문자 그대로 ‘기나긴 여정’이니 각오는 단단히 하셔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다단계의 실무능력 평가를 통해 옥석은 분명히 가려질 것입니다. 사회 경험 많은 외부위원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인성 및 법조윤리 평가를 통해 평상시 가지고 있는 품성이, 아무리 감추려해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법관으로서의 가능성과 그에 걸맞은 실무능력을 충실히 쌓아 왔고, 품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여러분이라면 그 밖에 다른 어떤 이유로 탈락하지는 않을까, ‘그럴듯한 뒷 배경’이 있는 사람에게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갖지 않으셔도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확신에 찬 이야기를 드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저 스스로가 그 ‘증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저는 평범한 월급쟁이 부모님 아래서 자란, ‘그럴듯한 뒷 배경’이 전혀 없는 보통 사람입니다.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모든 법조경력을 지방에서만 쌓았습니다. 법관 지원 당시에는 개인 사무실의 고용 변호사였습니다. 이런 제가 ‘평소 실력’만으로 최종 합격의 좁은 문을 열었습니다. 물론 운 좋게도 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법조경력을 시작하게 되어 ‘질 좋은 토양’에서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경력법관 최종합격자가 발표되면 그 중에서 재판연구원 출신자의 머릿 수부터 세고, 조금이라도 재판연구원 출신 비율이 높으면 그 자체로서 ‘순혈주의’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재판연구원 출신이라고 특별히 우대를 기대한다는 것은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4. 평가에 대비하여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사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분이라면 자신에게 현재 주어진 법률 사무를 수행하기에도 바빠서, 특별히 시간을 쪼개 따로 시험준비를 할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신 여러 훌륭하신 분들도 아마 마찬가지 상황일 것입니다. 차분하게 시험 준비를 할 수 없는 여건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법률서면작성 평가 사흘 전까지도 제가 맡고 있던 대형 배임사건의 변론요지서를 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법원은 과연 어떤 분을 새로운 법관으로 선발하고 싶을까요. 그 답을 생각해보면 ‘따로시험 준비를 못했는데…’ 하는 걱정은 접어버려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같이 일할 동료를 뽑는 것인만큼, 법원으로서도 다양한 법조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실무를 바쁘게 수행하고 있는 분을 뽑고자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이는 누구나 예상가능하고 실제 최근 ‘경력법관 임용절차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서도 그러한 대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임용 절차를 거치면서, 실무를 하지 않고 오로지 법관 임용시험만을 대비해온 지원자에게 결코 유리한 시험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주최 측(?)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주변에서 ‘어떻게 준비했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지금 일하고 있는 자리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합격수기라고 해서 괜히 멋부려 쓰려는 생각에 드리는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법률서면작성 평가의 경우 민·형사 모두 실제 사건을 토대로 문제를 출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한 해 먼저 합격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한결 같았습니다만, 제가시험을 보고 와서 느낀 것 도 역시 ‘이건 따로 준비한다고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쟁점 자체가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지 그 자체보다는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추론 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었습니다. 실무능력평가 면접 역시 단순히 판례를 암기하거나 사법연수원 교재에 나오는 모델케이스를 잘 연구한다고 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주어지는 사례 문제를 열심히 고민하고 들어갔지만 정작 면접관들은 그에 대한 답변보다는, ‘그렇게 보는 까닭’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저는 면접 이후에 교과서를 다시 펼쳐보고 대법원 판례와 결론을 달리하여 대답한 것이 절반 이상이어서 크게 좌절하였습니다만, 나중에 합격 통지를 받고 안도한 기억이 납니다. 또한 면접관들이 추가로 던지는 파생 질문들을 답하는 데 꽤나 진땀을 뺐습니다. 그 문제들은 법관 임용시험 준비를 한답시고 업무를 등져서는 오히려 더 알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사건 기록을 하나라도 더본 사람이, 그리고 실제 사건의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그에 합당한 결론을 내리는 논증력, 추론력을 갈고 닦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평가 방식이었습니다.
5. 여러분들 기다리며
다양한 법조 현장에서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 올곧은 품성을 인정받고 계신 훌륭한 분들이 부디 이글을 보시고 용기를 얻어 경력법관 임용절차에 많이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여러 훌륭하신 분들과 같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법부를 일구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빨리 가기 보다는,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좋은 동료로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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