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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각하는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것 (문선진 재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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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것

문선진 재판연구원

들어가며

사법연수원은 연수과정이 대체로 법원 실무교육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만큼 연수생의 향후 진로로서 재판연구원은 연수원에서 얻은 지식을 연계·적용시키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재판연구원에 지원하고, 그렇게 시작한 연구원으로서의 생활이 어느덧 1년 반이 지나 이제 법원을 떠날 날을 약 6개월 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연구원의 업무는 다듬어지지 않은 사실관계와 쏟아지는 주장·증거 속에서 자신이 가진 작은 지식을 최대한으로 기억해내고 활용하여, 기존의 법리를 접목시킨 하나의 완결된 논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는 연수원에서 수도 없이 써본 판결문 작성 과제와 같으면서도 또 달랐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연구원의 업무를 조금 먼저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2015. 11. 재판연구원 구술면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연구원 업무를 잠시 엿본 구술 면접

재판연구원 인성 검사를 마치고 두 달이 조금 경과한 11월 초, 법원에서 구술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법리를 글로 풀어내는 것에 익숙한 저에게, 수많은 쟁점에 대한 검토 결과를 논리적 체계를 갖추어 구술로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은 작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쟁점에 대한 검토를 요구할지 그 범위를 가늠할 수 없는 것도 구술 면접의 대비를 어렵게 한 하나의 원인이었습니다. 실무수습을 하는 동시에 구술면접 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면접 준비는 연수원 기록에 나왔던 쟁점과 판례를 다시 한 번 훑어보는 수준에 그쳤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습니다.
그 해 재판연구원 후보자 면접에 제시된 민사 사례는 분양사기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기억이 희미하나, 기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착오 취소, 손해배상 등의 이론이 문제되는 사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는 다소 복잡하였지만 쟁점 자체는 단순하였고 엄청난 법리를 숨겨놓은 그런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뒤 나름의 결론을 내려 이를 구술로 발표하였고, 면접이 끝난 후 위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안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판결문은 저와 결론과 달랐고, 저는 답을 틀렸다는 생각에 합격자 발표가 나기까지 다소 불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재판연구원 선발과정에서 실시되는 구술 면접은 누가 기존의 판례에 가장 근접하게 결론을 내리느냐에 초점을 맞춘 평가과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치면서 시험 문제와 유사한 판례를 기억해내고,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정답’을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와 같이 기존의 판례를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시험문제 같은’ 사건은 고등법원까지 올라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접하게 되는 사건들은 이전에 배운 기초이론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론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이론을 이 사건에 적용하여도 되는지, 혹은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뒷받침할 적절한 법리 구성은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구술 면접 문제로 출제된 사안 역시 해당 판결의 결론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예비 법조인으로서 새로운 시각에 서서 기존의 판례 경향을 비판하고 본인만의 논리를 구성하더라도, 본인이 분석한 사실관계와 이를 기초로 한 법리구성에 상호 모순점이 없고 그 자체로 논리와 체계를 갖추었다면 오히려 연구원으로서의 훌륭한 자질을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이미 서류 과정을 통과하여 면접 대상자에 포함되었다면, 추가적으로 다양한 판례를 찾아보고 그 결론을 외운다거나 크고 작은 쟁점에 관한 학설들을 재차 공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본적인 큰 쟁점들의 존재와 해당 쟁점에 적용되는 법조문의 정확한 의미 정도만 알고 있으면 면접 대비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맺는 말

위에서 본 “법률적 사고”와 함께 구술 면접에서 경험한 “검토 결과에 대한 구두 보고” 역시 연구원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구두로 검토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연구원의 업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검토한 사건에 대하여 부장판사님과 토론하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연구원 생활 중 가장 가치 있는 시간으로 꼽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부장판사님의 논리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토한 의견을 최선을 다해 주장하고 그에 대한 몇 십년차 선배 법조인의 논리적인 반박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폭과 깊이, 사건에 대한 안목이 향상됨을 느낍니다. 오랜 경력을 소유한 법관이 사건을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법조생활 1, 2년차의 초년생이 측근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재판연구원이라는 지위가 가지는 강점입니다. 2년간의 연구원생활이 얼마만큼의 성장을 가져다주었을지 기대가 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재판연구원 생활이 4분의 3 정도 지난 지금, 훌륭한 법조인으로 첫 발을 내디딜 수 있게 이끌어 주신 부장판사님들께 감사드리고, 첫 직장인 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배운 것을 자산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법조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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